
최근 백다방이 진행한 500원 커피 할인 이벤트는 소비자들에게는 파격적인 혜택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동네 자영업자들의 깊은 한숨이 담겨 있었다. 한 매장은 “점심 피크타임 손님 다 뺏겼어요”, “매출이 45만 원에서 7만 원으로 떨어졌습니다”라는 절절한 반응을 내놓았고, SNS에는 백다방 앞에 줄 선 인파와 텅 빈 옆 가게 사진이 동시에 공유되며 씁쓸한 대비를 보여줬다.
서울 ○○동의 한 개인 카페는 이벤트 당일, 평소 대비 매출이 80% 감소했다고 밝혔다. 카페 주인은 “원두도 미리 들여놨는데 하루 종일 손님이 두 테이블뿐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벤트 기간 동안 근처 1km 반경 내 다른 4곳의 개인 커피숍도 대부분 조기 영업 종료하거나 휴업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다방 이벤트 다음 날도 손님이 없더라”는 증언은 이벤트의 여파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할인 이벤트는 더본코리아의 브랜드 쇄신과 상생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마케팅이 가맹점주와 주변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전가한 구조였다. 밀려드는 주문에 점주들은 체력적 한계를 호소했고, 장비 소모와 고장에 대한 보상도 없었다. 진정한 상생이라면 500원 할인이 아니라 원두 공급가 인하, 장비 점검 지원, 로열티 감면과 같은 실질적 대책이 우선되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현상은 일회성 이벤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소비쿠폰의 소비 창출 효과를 20~40%로 예상하지만, 실제로 소비가 집중되는 곳은 프랜차이즈 매장일 가능성이 크다. 편의성과 인지도를 가진 프랜차이즈가 자연스럽게 쿠폰 수요를 흡수하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쿠폰 지급 후 서울시 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결제 건수는 일주일 만에 23%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영세 커피숍은 3% 증가에 그쳤다는 결제 플랫폼 분석 결과가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보편지급된 지원금을 “신뢰 가능한 대형 매장”에서 사용하려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 [인포그래픽] 소비쿠폰 사용처별 결제 증가율
(출처: 결제 플랫폼 분석, 2025.6 기준)
| 매장 유형 | 결제 증가율 |
|---|---|
|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 +23% |
| 영세 개인 카페 | +3% |
| 편의점(가맹 포함) | +21% |
| 전통시장 소매점 | +4% |
“소비쿠폰 효과는 누구에게 돌아갔나”라는 질문이 생기는 이유다.
정책상 “매출 30억 이하 가맹점에 한정해 사용 가능”하다고 되어 있지만,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이라면 대형 브랜드의 수혜가 가능하다. 소비자들은 접근성과 인지도를 기준으로 소비처를 정하는 만큼, 결국 프랜차이즈 중심 소비 편중이 반복된다.
결과적으로 지역 상권은 정부 재정으로 강화된 대기업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자영업자의 경제적 불균형은 더욱 심화된다. 커피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며, 고정비 상승과 원재료 인플레이션, 배달 수수료까지 더해져 영세 상인은 하루하루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프랜차이즈의 저가 공세는 점주와 인근 상권 모두에게 위협이 된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상생하고 있는가?” 소비자에게 잠시의 만족을 안기는 가격 전략이 자영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있다면, 이는 지속 가능한 경제 구조라 보기 어렵다. 정부의 정책도, 기업의 마케팅도 이제는 ‘공정한 분배’와 ‘지속 가능한 시장 구조’라는 철학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커피 한 잔의 가격에 담긴 의미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선다. 그것은 지역 경제의 건강성, 자영업자의 삶의 질,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과 직결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싸게 파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오래가는 구조를 만드는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