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평등성은 감각의 평등을 보장하지 않는다

직관적인 커피, 그리고 나의 감각에 대하여

네오 테크노 애니멀 미래주의와 조선 미학의 교차점에서 탄생한 감각의 도깨비


우리는 인공지능이 취향을 계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구나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괜찮은 커피’를 쉽게 만날 수 있고,
누구나 숫자와 그래프로 정리된 로스팅 데이터를 보고 원두를 고를 수 있다.

하지만,



그 커피를 마셨을 때 떠오른 장면은 무엇이었는가?
그 커피에서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는가?
그 향을 당신만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하게 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고, 동시에 커피를 통해 세상을 해석하려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커피는 단지 한 잔의 음료가 아니라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하나의 ‘직관적인 세계’로 다가온다.


최근 몇 년 사이 커피 프로세싱 기술은 눈에 띄게 진화했다.
특히 Co-Fermented 방식으로 만들어진 커피들은,
기존의 커피 맛과는 완전히 다른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파나마 게이샤가 한때 ‘신의 커피’로 불리며 한 시대를 열었다면,
이제는 Co-Fermented 커피가 그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커피들은 단지 맛의 변화만을 주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이미지, 새로운 감정, 새로운 언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넘어,
하나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일이 된다.


나는 이걸 ‘직관적인 커피’라고 부른다.
맛을 논리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으로 받아들이고, 기억으로 저장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커피.


앞으로 이 직관적인 커피들은 기술과 접목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커핑 항목들이 바뀌고, 평가지표가 새로워지고,
스페셜티 커피라는 개념이 좀 더 감각적이고 개방적인 방향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누구나 자신의 감각으로 커피를 경험하고,
그 경험을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고 싶다.
그것이 내가 이 철학을 품게 된 이유이고,
내가 앞으로 만들 브랜드의 핵심적인 비전이다.


그래서 나는 이 커피에 후르츠도깨비라는 이름을 붙였다.
어떤 이름을 사용할지 오래 고민했다.
이 커피를 소개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가장 한국적인 언어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K-영화, K-pop, K-드라마를 통해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는 동양의 한 변방이 아니라, 문화의 중심에서 목소리를 내는 시대다.
그렇다면 커피 또한, 한국적인 정서와 이야기, 상징으로 세계에 전달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도깨비’는 그런 의미에서 탁월한 이름이었다.
도깨비는 예측 불가능하고, 장난기 많으며, 신비롭지만 친근한 존재다.
그리고 나는 이 커피 역시 그런 존재이기를 바랐다.
익숙하지만 새롭고, 낯설지만 매혹적인 감각.
한 잔의 커피가 사람의 기억을 깨우고, 감정을 자극하며,
세계를 다시 해석하게 만드는 직관적인 경험이 되기를 바랐다.



‘후르츠도깨비’는 단순한 브랜드명이 아니라
내가 믿는 커피 철학을 담아낸 하나의 선언이다.
기술의 평등성이 감각의 평등성을 보장하지 않는 이 시대에,
나는 감각의 불균형 안에서 피어나는 진짜 이야기를 말하고 싶다.

커피는 미각과 후각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감각에 의존하는 경험이다.
같은 커피를 마셔도 각자가 느끼는 풍미와 기억은 다르다.
그 차이는 단순한 기술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감각은 평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감각은 문화자본, 사회자본, 상징자본, 경제자본과 긴밀하게 얽혀 있으며,
그 사람의 삶과 환경, 경험, 세계관 속에서 구축된다.
그리고 그런 감각이 축적되어 취향이 되고,
취향은 다시 하나의 언어가 된다.

‘후르츠도깨비’는
그 언어를 찾고, 나누고, 응원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
기술에 기대지 않되, 기술을 활용하며,
정보에 휘둘리지 않되, 정보를 소화하며,
사람의 감각으로 완성된 커피를 고집하는 브랜드.


그리고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감각의 세계에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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